화평법 찔끔 완화에… 기업불만 여전

등록기준은 빠져… 추가 완화 요구

화평법 찔끔완화에… 기업불만 여전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화학물질 등록 절차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화학물질 관리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등록서류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인데, 1년짜리 한시 조치인 데다 규제의 핵심인 등록 기준 자체는 그대로여서 업계 불만은 여전하다.

환경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화평법에 따라 연간 100kg 이상의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면 해당 물질의 정보·용도·유해성 시험자료 등 관련 서류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하고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공급망이 불안정한 데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들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방대한 양의 등록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애로가 지속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연간 제조·수입량 100kg 이상 1톤 미만인 신규화학물질 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관리가 필요한 338개 품목은 서류 제출을 내년 12월까지 생략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조치 당시 수급 위험물질 159개에 대해 서류 면제를 결정했는데 이를 확대한 것이다.

업계에선 화학물질 규제의 추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복잡한 절차를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학물질 인허가 기준 자체가 너무 방대해 등록비용 자체가 과도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화평법이 현행대로 개정된 이후 등록 대상물질이 510종에서 7000여 종으로 늘어나 등록비 증가에 따른 기업 생산비용은 평균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평법은 100kg 이상 사용하려면 모든 화학물질을 등록하도록 했는데, 1톤 이상으로 기준을 두고 있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강한 규제"라며 "국내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대부분 협력사이고 영세한 규모라는 사정을 감안해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한다는 당초 입법 취지에 맞게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상존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코로나19를 틈타 재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발 방지법'을 흔들고 있다"며 "화평법 등 화학물질 안전관리법제들은 규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등록 시 시험자료 제출 등이 생략된 물질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정부가 필요 시 시험자료를 직접 생산하여 유해성 정보를 확인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타임스 은진기자 jine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