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

남구서 47건 악취민원…중구·울주군도 각 10여건 온산공단 ‘옥텐’·유화단지 ‘노르말헥산’ 유출 유독물질 아니어서 인명피해 無…시, 조사 착수

승인 2020.08.24 20:58:59

30℃를 훌쩍 웃도는 폭염 속 울산 남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심한 악취가 발생해 시민들이 두통을 호소하는 등 악취로 몸살을 앓았다. 당국은 공단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유출 때문으로 보고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해마다 발생하는 악취 소동에 보다 적극적인 악취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울산시와 남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8분 최초 악취 민원이 남구에 접수된 이후 약 2시간 동안 남구에만 총 47건의 악취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비슷한 시간대에 중구와 울주군에도 10건 이상씩 악취 민원이 접수돼 사실상 울산 전체가 악취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이윤희(34·남구)씨는 “창문을 여니 코를 찌르는 악취가 퍼졌다. 혹시 집 가스가 새는지 점검해볼 정도였다”면서 “매년 악취에 시달리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심했다”고 말했다.

악취의 원인은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온산공단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울주군은 이날 오전 10시께 이수화학 온산공장에서 펌프 프렌지 볼트 부근에 남아있던 옥텐 10ℓ가 작업 공정 변경 과정에서 유출됐다고 밝혔다. 옥텐은 고분자 분자량 조절제로 석유계통의 물질이다. 울주군은 이수화학으로부터 유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사고 수습은 오전 11시께 완료됐다.

이보다 앞서 오전 8시40분께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대한유화 울산공장에서 용매의 한 종류인 노르말헥산이 유출됐다. 남구는 이날 노르말헥산 일부가 밸브 조작 실수로 유출됐으며, 오후 2시30분께 수습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두 사고 모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유출된 옥텐과 노르말헥산 모두 유독물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악취의 직접적 원인을 두고 울주군은 이수화학에서 유출된 옥텐이 냄새가 나는 약품은 맞지만 분자가 무거워 10㎞ 이상 떨어진 남구까지 냄새가 날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구는 노르말헥산은 공기중 증발되고 냄새가 심하지 않는데다 유출 시간도 8시40분께로 일러 악취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분 남동풍으로 양 공장에서 유출된 화학물질들이 해풍을 타고 육지 주택가로 겹쳐서 불어오면서 악취가 심해졌다는 추측도 있다.

이에 울산시는 이들 공장에 악취 샘플링을 진행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샘플링 결과는 25일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울산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단이 도심지와 인접해 있어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악취 민원 건수는 2017년 637건, 2018년 735건, 2019년 805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최근 3년새 악취 민원의 절반 가까이가 여름(43.5%)에 집중되고 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경상일보, KS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