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공단 대규모 정전…2011년 악몽 되풀이 되나
성암동 완충저류시설 공사중 정전기로 지상·지중선로 단전
정전피해 12개 업체 재가동까지 3일 이상 걸려…하루 수억 손실
울산시 "정확한 피해 규모·원인 파악후 시공사 통한 보상 검토”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에서 송전선로 문제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10곳이 넘는 공장서 가동이 중단됐다. 석유화학공장 공정 특성상 정상가동에 최소 3일은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업체들은 단 16분간 발생한 정전으로 300여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던 2011년 정전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이번 정전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 30분께 남구 성암동 완충저류시설 설치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작업 중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산단 내 사고 발생시 유독사고 유출수와 오염물질 등이 하천에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총 사업비 430억원이 투입된 가운데 저류량 3만7,000여톤 규모의 수질오염방지시설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다. 울산시가 발주했고 시공사인 D건설은 오는 2021년 12월 준공 목표로 지난해 1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은 40% 수준이다.
바닥 슬라브 공사를 위해 크레인으로 철근 다발을 완충저류시설 하부로 내리던 중 석유화학단지 내 전기를 공급하는 ㈜한주의 고압선(154KV)에 크레인 붐대가 5m 거리까지 접근했고, 이 때 정전기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지상선로와 지중선로 모두 단전되며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사고가 발생하자 한주 측은 긴급 복구에 나섰고 지중선로를 통해 전력공급은 30여분에서 1시간 만에 순차적으로 재개됐지만 한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14개 업체에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이날 공장을 가동하지 않은 2개 업체를 제외한 12개 업체가 정전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날 정전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석유화학 계통 업체라는 점이다.
전력공급 중단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며, 액체 상태인 화학 원료가 배관 속에서 굳어버렸기 때문인데, 이렇게 고체화된 원료는 재활용할 수 없어 모두 태워 없애고 다시 설비와 파이프 등 장비 내부를 정화하고 점검해 가동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를 입은 한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과 달리 석유화학 계통은 정전피해를 입으면 바로 정상적인 제품생산을 할 수 없어 하루에 수억원씩 피해를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이곳에서 발생한 정전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과 2014년에도 태풍으로 인한 단락과 낙뢰 등으로 순간 전압 강하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고, 특히 지난 2011년 12월에는 16분간 공단 내 전력공급이 중단돼 집계결과 20개 업체서 332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원인으로는 전력을 공급하는 용연 변전소에서 노후 부품을 무리하게 재사용한 점이 지목됐다.
또 이날 일부 업체들은 플레어 스택(배출가스 연소탑)을 통해 굳은 원료(불완전 물질)을 완전히 태워 배출했는데 불기둥이 올라오고 매캐한 연기가 퍼지자, 울산소방본부에는 화재로 오인한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고, 시민들이 주로 활동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에도 사진과 함께 걱정하는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력공급은 정상화됐지만 공단 재가동에 3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고 정확한 피해금액 집계도 일주일 정도는 되야 가능할 것 같다”면서 “정확한 피해규모와 원인을 파악해 시공사를 통한 보상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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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