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지하배관 탓 지하 우수관 설치 엄두 못내
[이슈 분석] 상습침수 온산산단 당월로 '해법찾기' 난항
진영국토관리사무소·울산시·울주군·종건본부 대책 찾기 고심
당월로 도로 지대 높여 ‘지상 배수’, 인근 공장·도로 피해 가능성
지하 배관 문제 해소 ‘통합 파이프랙 사업’ 비용 때문에 제자리
집중호우와 태풍 때마다 고질적 물난리를 겪고 있는 울산 온산공단 당월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관계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사정이 쉽지 않다. ‘우수관 확충’이 근본적 해결책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땅 속에 묻힌 10여개의 배관 사이에서 길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울산 국가산단의 지하 배관 위험성은 오랫동안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대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갈 길이 구만리다.
# 당월로 ‘빗물’, 어디로 뺄까… 지상·지하 다각적 검토= 28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와 울산시에 따르면 국도 31호선 울주군 온산공단 당월로의 상습 침수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한 도로 보수 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다.
당월로 이영산업기계㈜에서부터 온산수질개선사업소까지 약 500m 구간은 대표적인 상습 침수구간으로 올해만 3차례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이다.
해마다 수차례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용역은 당초 지난달 마무리 예정이었으나, 늦어졌다. 내년 초에는 대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측은 당월로에 고이는 빗물을 빼낼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측은 울산시와 울주군, 울산종합건설본부 등 관계자들과 수차례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진 못한 채 용역 결과를 기다리며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 당월로 지하에만 10여개 배관… 인근 국도 매설물까지 복잡=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크게 지상과 지하 ‘배수’ 대책으로 나뉜다. 도로 위에 고이는 빗물을 자연스럽게 인근 바다 등으로 흘러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지하 우수관을 확충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이들 방안 모두 쉽지는 않다.
지상 대책으로 검토되는 방안에는 당월로를 돋아 지대 높이를 현재보다 일정 수준 끌어올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도로 지대가 높아지면 더 이상 빗물이 고이지 않고, 다른 쪽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당월로 침수 피해는 해소될 수 있지만, 인근 공장이다 다른 도로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근본적인 대책은 지하 우수관을 확충하는 것이지만, 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측은 당월로 양방향에 10개 이상의 배관이 매설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근 도로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배관이 얽혀 있는 셈이다. 지하에 빽빽하게 자리한 배관들 사이로 우수관을 추가 설치할 공간을 찾는 게 마땅치 않은데다, 자칫 배관의 높이 등에 따라 우수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빗물이 역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설치된 배관을 옮기는 작업은 막대한 예산과 위험부담도 뒤따른다.
# 석유화학단지 시범 본격화 ‘통합파이프랙’… 사업 확대는 ‘글쎄’= 울산지역 국가산단 지하에 복잡하게 얽힌 배관의 위험성 등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수십년간 설치된 배관 수가 많은데다 배관 시설 자체가 낡아 유출·누출 등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는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국비 120억원 등 160억원을 투입해 통합국가산단지하배관 통합관리안전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본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2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센터는 지하배관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땅 속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실상 지하의 낡은 배관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사업이 필요한데, ‘통합파이프랙 사업’이 대표적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6.3㎞ 구간에 시범 추진되는데, 올해에 이어 내년에 국비 5억6,000만원을 들여 기본설계용역을 마무리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관을 설치할 수 있는 일종의 ‘다리’를 설치하고, 지상 이설이 가능한 배관 중 오래돼 교체가 필요한 배관부터 지상으로 옮기게 된다. 예상 공사 기간은 3~4년.
시범사업 후 사업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지하 배관을 옮겨 새롭게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비 지원은 25%, 나머지 75%는 각 사업장이 부담해야 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범 추진하는 구간의 모든 배관을 옮긴다고 가정하면, 사업장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8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에 달한다”며 “사업성과 호응이 좋으면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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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