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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단 주민 암 발생률 남 1.61배·여 1.33배 높아

■시민공동행동 ‘환경오염실태와 노동자·시민건강’ 토론회

산단, 아연·니겔·카드뮴·비소 등 독성 강한 중금속 농도 높아

고혈압·당뇨 등 질병 경험률-표준화사망비도 높게 나타나

“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 필요…조례·특별법등 법제화 급선무”

울산 산업단지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과 비교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각계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울산 국가산단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드러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울산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함께하는 ‘울산시민공동행동’은 22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1층 교육관에서 ‘울산 산단지역 환경오염실태와 노동자, 시민건강’이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울산산단지역 환경오염실태’에 대해 먼저 발제에 나섰다.

이 사무처장의 발제에 따르면 2020년 11월 한 달 동안 울산시 전역 24개 지점에서 대기시료를 채취하고, 산업단지 내부 지점은 이동측정차량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조사했는데, 석유화학단지 중 야음장생포동에서 가장 높았고, 두 번째로 동구 방어동에서 높게 나타났다. 독성이 강한 5종 발암물질 농도는 사염화탄소(carbon tetrachloride)를 제외하고 석유화학단지에서 가장 높게 측정됐으며, 벤젠(benzene) 농도는 석유화학단지 중 선암동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산업단지와 인접 지역의 공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청량읍 지점(청량중학교)과 비철금속단지 내부 지점(화산소방서)에서 지난해 11월 2일부터 4일까지 먼지 시료를 채취했는데, 두 지점의 11종 중금속 농도는 유사했으나, PM10의 경우 아연(Zn), 니겔(Ni), 카드뮴(Cd), 납(Pb), 비소(As), 크롬(Cr) 등 독성이 강한 중금속 농도가 산업단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건강피해 가능성평가에서는 2017년에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보고된 선행연구에서 울산 산단 지역 주민들의 여러 질환에 대한 초과 발생이 확인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에서는 울산 산단 노출지역 주민들의 고혈압(노출지역 16.5%, 대조지역 13.4%), 당뇨(노출지역 7.7%, 대조지역 5.4%) 등의 질병 경험률이 나타났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차 자료 분석 결과 남성의 경우 폐암 1.39배, 간암 1.53배, 위암 1.43배, 대장암 1.53배, 여성의 경우 위암 1.48배, 유방암 1.48배, 갑상선암 1.52배로 나타났다. 모든 암에 걸릴 위험은 남녀 모두 전국평균에 비해 남성 1.61배, 여성 1.33배로 높았다.

사망원인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당뇨 1.33배, 고혈압성질환 2.15배, 뇌혈관질환 1.59배, 만성하기도질환 1.78배, 악성신생물 1.18배로 표준화사망비도 전국보다 높았다.

이상범 처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모든 지표에서 매우 유의미한 유해물질이 파악됐다”며 “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운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예산과 인력 지원을 통해 산단공해 문제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김진석 진보당 국가산단 공해 암 발생 대응 특별위원장은 “이제는 울산의 노동자와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법과 조례 등 제도로서 회복시켜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장은 석유화학산업이 주로 대단위 국가산업단지에 밀집돼 있고 인근 주거지역과 근접해 국가의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를 위한 통합법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에 고위험성의 석유화학국가산업단지에서의 산업재해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가의 책임성과 통합적 관리기능을 높이고, 산업안전관리라는 단선적 측면 뿐 아니라 산업재해를 야기하는 법·제도상 문제점과 근로자의 건강권과 인근 주민의 건강 및 환경권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별법으로 △안전 및 유지관리 기본계획을 수립 △실태조사 및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 △교체 및 사용제한 등 안전조치 △관리비용 지원 등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도 발제자로 나서 ‘사례로 본 울산 국가산업단지 노동자 건강실태와 대응’이라는 주제로 지역 대표기업체에서 발생한 암 발병사례와 이에 대한 각 노동조합의 대응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김상아

lawyer40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