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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산업폐기물매립장 신규조성 뒷짐 지적

[이슈진단]

민간 업체 4곳, 1,100㎡ 신설 신청

시, 적정성 등 판단 기업 선정 불구

용량 확대 빌미 국토부에 책임 미뤄

시장 재검토 지시 속 소극행정 도마

울산시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신설하려는 민간업체 4곳의 사업 신청이 접수되는 족족 국토교통부에 심의를 올리려는 행보를 취하자 책임 회피식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라면 시가 주도적으로 사업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종합 판단해 업체를 선별해야 하는데, 고려아연 자가매립장 특혜 논란으로 감사원 감사에 이어 울산경찰청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다보니 모든 판단을 국토부에 미루고 있다는 내용이다.

#‘고려아연 사태’로 업체 선정에 민감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토부가 ㈜유그린텍의 '온산국가산단 개발계획변경 산업입지정책심의 요청'에 대해 울산시에 "보완"하라고 회신(본지 7월 18일자 1면 보도)한 공문의 행간에는 울산시의 역할 부재를 질타한 의미가 담겼다.

㈜유그린텍은 온산국가산단 내 '산업용지'로 지정된 당월리 일대 부지 4만7,744㎡를 '공공시설용지'로 바꿔 주면 110만㎥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매립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그린텍 말고도 ㈜와이에스와 신한중공업㈜, ㈜에코마린텍·㈜지아이테크 등 3개 업체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신설하겠다며 울산시에 온산국가산단 개발계획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온산국가산단 민간 산업폐기물매립장 신설 추진 현황

이들 민간업체가 계획한 매립 용량을 모두 합치면 1,100만㎥가 넘는다. 온산국가산단의 폐기물처리시설 매립 용량은 2011년 기준 227만여t 한도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민간업체의 사업계획대로 매립 용량을 확대하려면 국토부 산업입지정책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 국토부, 市 역할 부재 ‘보완’으로 지적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온산국가산단 개발계획변경 승인권자는 시장"이라며 "그런데도 울산시는 산단 매립 용량 확대를 명분삼아 모든 판단을 우리 부처에 던져놓고 정작 시장에게 주어진 개발계획변경 승인권은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산업입지정책심의를 정식 요청한 업체는 ㈜유그린텍 한 곳이지만 이미 3개 업체가 같은 절차를 준비 중인만큼 울산시는 입지와 매립 용량, 환경대책, 주민수용성 등을 종합 판단해 선별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고려아연 건으로 업체 선정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을 세워 온산국가산단에 필요한 적정규모의 사업을 선별한 뒤 심의를 요청하라는 게 회신 공문에서 쓴 '보완'의 속 뜻"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회신 공문에서도 '복수업체의 증설 요청을 종합 검토해 폐기물처리시설 증설계획을 수립하고 개발계획을 변경하도록 울산시와 협의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 부서별 분리된 업무, 종합검토 한계

하지만 울산시는 김두겸 시장이 취임 전 인수위 업무보고 때부터 민선 7기에서 추진돼 온 민간 폐기물매립장 신설 사업에 대한 재검토 의지를 수차례 공표한 바 있다보니 현재로썬 김 시장의 '입'만 쳐다보는 분위기다.

실제 김 시장은 "민간 산업폐기물매립장 신규 조성사업을 둘러싼 이권개입 말이 많이 나도는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하겠다"며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배분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라"고 지시해왔다.

더욱이 폐기물처리시설 인·허가는 환경국 자원순환과, 산단개발계획 변경은 도시공간개발국 국가산단지원과로 고유업무가 각각 분리돼있다보니 국토부가 요구한 종합적 검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계로 작용되고 있다.

복수의 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이후 혹여 특혜시비라도 생기지 않을까 민감한게 사실인데다, 최근엔 시장의 재검토 지시까지 있어 지금 당장엔 업체선정이 어렵지 않겠나"면서 "민선 7기 때 '입지후보지 선정위원회'를 가동할 수 있도록 조례안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재검토 대상이어서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일단 국토부의 보완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하겠지만, 민간 뿐 아니라 공공폐기물매립장 조성 여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 "늦장행정에 손해" 민간업체도 불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업체는 민간업체대로 불만이다.

㈜유그린텍 관계자는 "울산시에 온산국가산단 개발계획변경을 신청한 게 작년 5월인데 시가 행정 절차만 신속히 밟아줬더라도 지금처럼 민간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사업신청을 하는 상황이 초래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작년 5월이면 감사원이 고려아연 자가매립장 특혜의혹으로 울산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던 시기다. 이후 전임 송철호 시장이 올해 1월 "2030년까지 500만㎥ 규모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민간업체 3곳이 앞다퉈 사업신청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또 "특혜논란 끝에 취소된 고려아연 자가매립장 조성부지의 경우 2019년 우리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신설하려고 부지매입 계약을 했다가 시가 '개발계획변경 불가'를 통보해 계약금 10억원을 날리고 사업을 포기했던 바로 그 부지"라며 "이런 억울함은 각설하더라도 울산시가 이제라도 가장 먼저 개발계획변경을 신청한 우리 사업계획부터 먼저 적정성여부를 판단해주는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