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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 불법주차 점령한 온산공단 도로

[현장리포트]

신한重 둘러싼 길가 100여대 빼곡

운전자 시야 방해 자칫 사고 우려도

인근 유 · 무료주차장 2곳 설치 불구

출퇴근 편의 이유 버젓이 불법 자행

"불법 주정차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불법 주차 때문에 사망사고도 났는데, CCTV 설치한다고 몇년째 말만 하고 감감 무소식이네요"

지난 11일 오전 찾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 신한중공업 정문 앞 왕복 4차선 도로.

해당 도로는 '24시간 주·정차 절대 금지 구역'인 황색 복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으로 차량들이 빽빽하게 주정차해 2개 차선을 점령한 상태였다.

때문에 운전자 시야가 방해돼 대형화물차를 비롯한 일반 승용차들이 아슬아슬한 통행을 이어갔는데, 어두워질 경우 사고 위험도 높아 보였다.

이 도로를 지나 우봉사거리에서 내려가는 도로 역시 양쪽 끝 차선에 주정차 차량이 줄을 잇고 있었는데, 일부 구간은 더 많은 주차를 하기 위해 평행이 아닌 직각주차가 돼 있었다.

이날 신한중공업을 둘러싸고 불법 주정차된 차량은 얼핏 봐도 100여대는 돼 보였는데, 불법 주정차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차시 과태료 부과'라고 적힌 소방용수시설 주변과 보행자의 통행을 위해 설치한 횡단보도 위에도 버젓이 불법 주정차 중이었다.

문제는 주변에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에 주차장 2곳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는 거다.

먼저 울산시는 주차난 해결을 위해 2015년 신한중공업 정문 앞 부지 4,500여㎡를 주차장 용도로 공매했고, 2016년 7월부터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 중이다. 주차요금은 하루에 6,000원, 한달에 6만원. 이 유료 주차장은 많게는 200여대에 가까운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이날 주차된 차량은 단 1대도 없었다.

신한중공업도 직원들을 위해 2019년 인근에 1만7,000여㎡ 정도의 대규모 무료 주차장을 조성했는데 이날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근로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걷기 위해 입구와 가까운 도로에 불법 주정차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 2019년 보도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지만 같은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어 지자체의 강력한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단 내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문제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며 "시에서 불법 주정차를 없애겠다고 주차장을 조성한 거 아니냐, 하지만 전혀 소용없다. 주차하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에는 불법 주차된 트레일러 때문에 사망사고가 나기도 했는데 3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울주군에서 단속을 제대로 안하고 있는 거 같다. CCTV도 설치한다고 말만 하고 감감 무소식이다"고 토로했다.

울주군은 해당 도로에 차량탑재형 이동식 카메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불법 주정차된 차량 수에 비해 매년 단속 건수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도 100여대에 달하는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지만 1년 단속 건수는 300건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울주군에 따르면 △2018년 37건 △2019년 238건 △2020년 475건 △2021년 288건 △2022년 278건으로 집계됐다.

결국 고정식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법인데, 울산시와 5:5로 분담해야하는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다.

울주군은 현재 우봉사거리 도로에 고정식 단속카메라 3대를 설치할 계획으로 울산시와 예산 협의 중에 있다.

울산시는 설치가 타당한지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수요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설치 여부에 동의를 하지 않게 되면 울주군에서 전액 예산을 부담해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시비 지원이 가능한 사업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군비로 전액 지원을 하게 되면 울주군의회 지적사항이 나올 우려가 높아 설치가 미뤄질 우려도 높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동식 카메라로 주기적으로 단속을 나가려고 하지만, 울주군 내 단속 가용 차량이 3대밖에 없고, 관련 인원도 6명뿐이다"며 "해당 도로는 보행자 비중이

일반주거지역에 비해 적다고 판단해 주거지역 단속과 어린이 보호구역에 집중하다 보니 단속을 많이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식 단속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 설치될 수 있도록 울산시와 예산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예산은 개당 4,000만원으로 총 1억2,000여만원이 소요된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