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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상의, '공공 산폐장' 공동 사업자 타진

▷속보=민선8기 울산시가 강공 드라이브를 건 공공 산업폐기물매립장 조성 사업(본지 11월 9일자 1면 보도)에 울산상공회의소도 자본출자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협의 테이블에 올랐다.

울산상의는 1990년대 초에도 몇몇 회원 기업과 코엔텍의 전신인 울산환경개발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운영한 바 있는데, 공공 산폐장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현재 공동사업자로 나선 울산도시공사·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운영에 참여할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그간 전임 송철호 시장 체제에서 산폐장 신설 절차를 밟아온 민간 사업자 중 일부는 "민선8기 출범 후 울산시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사업계획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피해가 막심하다"며 민·형사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 울산상의, 공공 산폐장 '자본출자' 검토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울산시는 당장 5년 뒤로 예고된 산업도시 울산의 산업폐기물 매립 대란을 막기 위해 내년초 기획재정부에 <제2온산국가산단 개발>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단이 즐비한 울산으로선 산폐장 건립이 시급한 현안인데다, 올초엔 S-OIL이 7조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온산산단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복합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업수요 즉, 경제성(B/C)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울산시 판단이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제2온산국가산단 개발 즉, 온산국가산단 확장은 시 산하 공기업인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단공이 공동사업자다. 도시공사는 자금과 운영 모두 참여하고, 산단공은 토지 제공을 통해 지분참여하겠다는 각각의 입장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단공이 기재부에 제출한 온산국가산단 확장 계획에 따르면 사업 예정지인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 일원 부지 총 159만1,366㎡ 중 9.6%(15만2,997㎡)를 공공 산폐장 조성에 할애해 매립용량 300만㎥ 규모의 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타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경제성(BC)이 0.8로 기준치 1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와 작년 3월 자진철회했다.

이런 가운데 울산상의는 아직 결정단계는 아니지만 희망 회원사를 중심으로 자본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울산상의의 경우 시에 공공이든 민간이든 하루라도 빨리 산폐장을 신설해달라고 거듭 촉구해왔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실무 단위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 '타지역 산폐물 반입금지' 원칙론

민선7기 때 추진된 민간 산폐장 신설 계획은 ㈜유그린텍, ㈜와이에스, 신한중공업㈜, ㈜에코마린텍·㈜지아이테크 등 7개인데, 김두겸 시장 취임 이후 '올스톱'된 상태다.

김 시장은 취임 전 당선자 신분으로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을 때부터 "산폐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민선7기 체제에서 추진된 산폐장을 둘러싼 이권개입 의혹이 난무하다"며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취임 이후론 "산폐장 조성에 대한 모든 절차는 울산상의와 우선 협의해 한 점 의혹없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때 공공 산폐장 조성은 물론 운영에 울산상의가 참여하는 방안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단, 민간의 영역인 상의가 참여하더라도 공공 산폐장은 '공공재'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조건은 김 시장이 강조하는 불변의 원칙론이라는 전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매립대란이 불가피한 산업도시 울산에 조성되는 공공 산폐장인 만큼 타지역 산폐물 반입을 배제하고 울산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처리해 기업의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며 "영업이익 때문에 외부 산폐물을 또 반입한다면 울산은 산폐물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민선8기 울산시의 방향키"라고 설명했다.

# 상의, 1990년대초 산폐장 운영 경험 있어

울산상의가 산폐장 설립과 운영을 주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께 울산상의 SK, 현대 등 몇몇 회원사가 '울산환경개발'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공공성을 담보한 산폐장을 운영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당시에도 초기엔 타지역 산폐물 반입 금지 방침이었는데 그땐 울산 내 산폐물 물량이 부족해 적자를 면하기 힘든 구조였고, 이 문제로 영업권역을 타지역으로 확대해 운영하다 결국 코엔텍에 매각하게 된 것"이라며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타지역 산폐물 반입을 금지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어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코엔텍은 호주의 사모펀드 맥쿼리가 보유하던 중 2020년 6월께 약 5000억원에 부산의 향토 건설사 아이에스동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울산을 비롯한 전국엔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이 공공 산폐장을 운영했지만, 영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민간의 반발로 2000년대 이후론 공공 산폐장 운영권을 민간에 다 넘겼다. 당시 울산에서도 환경공단이 운영하던 지정폐기물매립장 이에스티가 민간으로 넘어갔다.

# 민간업체, 울산시에 '민·형사적 대응' 예고

이처럼 민선7기 때 민간 주도로 추진되던 '황금알' 산폐장이 민선8기 출범 후 공공으로 'U턴' 된데다, 민간 영역인 상의 회원사가 공공 산폐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민간 업체들은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울산시가 막바지 단계까지 온 우리 사업계획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부당한 업무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신적·재정적 피해가 큰 만큼 민·형사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