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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단 산폐물 매립대란 임박 … 기업, 자구책찾기 ‘골몰’

잔여량 128만㎡ 불과 3년뒤 고갈

시 공공매립장, 2028년이나 가능

업체, 기존 매립장 용량 확대 제시

상의도 "단기대책 차원 수용 시급"

울산 온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 매립 대란이 임박해오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매립한도까지 꽉 찬 기존 시설의 매립고를 높여 처리용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 인·허가 절차는 산 넘어 산이다.

울산시는 온산국가산단 확장시 공공 매립장을 신설해 관내 국가산단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우선 처리하겠단 복안이지만, 민간에선 공공 산폐장 조성 목표가 매립 대란 이후인 2028년인데다 더욱이 해당 확장부지의 경우 보전녹지 비율만도 70%에 달하는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이라는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미포국가산단 내 폐기물 소각·매립 최종처분업체인 ㈜코엔텍은 사실상 매립완료된 기존 2·3공구 제방을 2단(10m) 승고해 매립용량을 53만9,300㎥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코엔텍의 매립시설은 매립완료돼 사후관리 중인 1공구(111만2,748㎥)를 비롯해 작년에 매립용량을 한도까지 꽉 채워 사실상 매립완료된 2·3공구(209만4,696㎥), 증설 인·허가 절차를 거쳐 작년 9월 사용개시가 승인된 4공구(120만1,641㎥)가 있다. 즉, 매립허가 총량 440만㎥ 중 매립완료 된 1~3공구를 제외하면 4공구의 잔여 매립량은 110만 여㎥ 정도다.

울산엔 ㈜코엔텍 말고도 산폐물을 매립하는 ㈜유니큰과 ㈜이에스티 등 2개 업체가 더 있지만 모두 용량이 적어 세 업체의 매립한도를 총동원해도 128만 여㎥에 불과하다.<표참조>

더욱이 ㈜코엔텍은 자체 운영 중인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연간 7만㎥의 소각재를 매립할 용량(10년치 70만㎥)도 따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경우 3개 매립업체의 잔여한도는 59만 여㎥로 확 쪼그라든다.

작년 5월 말 기준, 울산에서 발생한 연간 산업폐기물이 39만4,200㎥이니 ㈜코엔텍·㈜유니큰·㈜이에스티의 잔여한도를 전부 사용한다쳐도 2년이 채 안돼 울산 모든 산폐장은 매립완료 상태가 된다는 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종처분업체 입장에선 잔여한도를 아껴 물량을 소화할 수밖에 없어 이 과정에서 산폐물 처리를 맡기는 고객사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일이 부지기수다. 실제 작년 울산 관내에서 발생한 연간 산폐물 39만4,200㎥ 중 절반이 넘는 21만4,000㎥(54%)가 타지에서 처리됐는데 고객사로서는 울산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운송비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만약 타지 반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쳐도 3년 뒤면 울산의 산폐장 한도는 고갈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코엔텍 4공구 증설 인·허가 때 지역 상공계가 똘똘 뭉쳐 힘을 보탰는데, 가격인하 혜택도 없고 산폐물마저 절반만 수용해주는 바람에 타지로 반출하는 운송비 부담이 5년 전보다 3배 정도 올랐다"며 "울산시가 제시한 공공 산폐장도 해당 온산국가산단 확장 부지는 보존녹지 비율이 너무 높아 언제 조성될 지 모르는 일이라 수일 내 공단협의회 차원의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대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코엔텍은 최근 울산시를 방문해 2·3공구 매립고를 10m 승고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미포국가산단 개발계획 변경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금으로썬 ㈜코엔텍의 개발계획 변경 신청안을 접수받을 단계가 아니다"며 "환경부의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 '울산시 제2차년도 자원순환시행계획'이나 공공 산폐장 신설이 포함된 온산국가산단 확장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에 ㈜코엔텍은 우회로로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한데 이어 조만간 본안도 제출, '안정성'을 검증받으면 시에 산단 개발계획 변경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코엔텍 관계자는 "몇년 전엔 울산시도 제1차 자원순환시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울산의 임박한 사용 연한을 고려해 기존 매립장의 매립고를 높이거나 매립면적을 늘려 용량을 확대하는 단기대책을 장기대책과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며 "공공 산폐장 조성에 우리도 찬성하지만 그 전에 매립한도가 도래하는 민간 산폐장의 사정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울산시에 산폐물 처리대란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울산상공회의소도 지난달 말 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코엔텍을 지원 사격했다. 울산상의는 공문에서 "울산의 산업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려면 신규 매립장을 추진하는 장기대책과 동시에 기존 매립장의 용량 확대라는 단기 대책 역시 시급하다"면서 "㈜코엔텍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보면 2·3공구 승고시 자연생태나 대기질, 악취, 지형·지질, 소음·진동 등의 분야에서 평가기준을 만족했고 피해저감을 위한 추가 대책도 수립할테니 기업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전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