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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폐물 매립대란 압박에 ‘종료 산폐장 재활용’카드 등장

20년 전 사후관리 끝낸 기존 사업자

온산 · 유화공단協에 운영 재개 제안

기업들 "공공산폐장 상황 지켜볼 것"

울산시도 "재운영 불가능" 부정입장

▷속보=3년 뒤 산업폐기물 처리대란이 예고된 울산지역 기업들의 위기감(본지 3월 20일자 9면)이 커지자 20여년 전 이미 매립종료돼 사후관리까지 끝난 기존 사업자까지 나서 산폐장 재활용을 추진 중인 사실이 포착됐다.

민선7기 때 활발하게 진행되던 민간 산폐장 신설사업은 민선8기 출범 후 '공공 산폐장 신설'로 정책기조가 180도 바뀌면서 추진동력을 잃은 분위기인데, 그 틈을 파고 들어 기존 산폐장 재활용 이슈를 끄집어 낸거다.

#추진 업체 "희망 기업 지분참여 기회"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이엔디는 최근 온산공단협회와 석유화학공단협의회 등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재운영과 관련한 사업을 제안했다.

앞서 제이엔디는 과거 남구 성암동 9만5,000㎡ 부지에 처리용량 76만6,000㎥ 규모의 산폐장을 운영하다 매립 한도가 다 차자 1999년 사용종료 신고 후 사후관리에 들어갔다. 과거엔 사후관리 기간이 20년(지금은 30년)이어서 지난 2019년쯤 사후관리마저 종료된 상황이며, 현재 해당 부지는 야적장(임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이엔디는 기존 부지 3만6,000평을 재활용해 매립용량 350만㎥ 규모의 산폐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부지에 산폐장을 조성하는 것보단,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논리다. 제이엔디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존 성암동 매립장은 지하 4m~10m 깊이로 야적했는데, 지금은 기술력이 많이 개선된 만큼 40m까지 매립할 생각"이라며 "일각에선 산폐장을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고, 희망 기업이 있다면 지분참여 등의 길을 열어둘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이엔디는 두어달 전 온산공단협회와 석유화학공단협의회 측에 △온산공단 또는 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한 산폐물을 전적으로 매립하는 건 물론 △처리비용도 합리화하며 △희망 기업에겐 지분참여 등의 기회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제안을 한 상태다.

#"처리비용 인하 등 환경 다소 개선"

온산공단협회 소속 주요기업 10여개사는 제이엔디의 이런 사업 제안에 이날 오후 회의를 소집했다. 매립대란이 임박한 산폐물 처리 문제가 기업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사안의 위중을 따져 자구책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산폐물 처리 환경이 과거보단 다소 개선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제이엔디를 통한 당장의 자구책 마련보단 울산시의 공공 산폐장 조성 등 장기적 정책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최근 충청도와 전라도, 경북 일대에 신규 산폐장이 조성되면서 매립대란에 대한 위기감이 다소 진정된데다, ㎥당 최대 20만원까지 치솟았던 처리비용 역시 현재 30% 가량 내려가 한 숨 돌리게 됐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미 생산공정 자체를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과거보단 산폐물 발생량이 다소 줄었으니 울산시의 공공 산폐장 조성 사업을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온산공단협회는 조만간 제이엔디에 이런 의견을 통보할 예정이다.

울산시도 제이엔디의 기존 매립장 재활용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선 '폐기물 최종처분시설에 매립한 폐기물을 파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있다. 단, '폐기물 매립지를 직접 조성하고 향후 재활용하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매립하는 경우'(자원순환기본법 재21조 제2항 1호)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뒀다.

제이엔디는 자신들의 사업이 이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거라는 논리를 폈고, 시는 시대로 작년 4월 환경부에 "사후종료된 기존 매립장을 산폐장으로 재활용하는 행위가 가능한지"를 질의했다.

당시 환경부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론 어렵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고, 시는 천재지변 등으로 매립장이 붕괴되거나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낙동강유역청, 승고 추진 코엔텍 방문

이런 가운데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전날인 21일 울산 미포국가산단 내 폐기물 소각·매립 최종처분업체인 ㈜코엔텍을 현장방문해 사실상 매립완료된 2·3공구(기존 처리용량 209만4,696㎥)를 둘러봤다.

㈜코엔텍은 2·3공구 제방을 2단(10m) 승고해 매립용량을 53만9,300㎥ 추가 확보하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최근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업체는 조만간 폐기물처리업 변경허가(용량증설)를 득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접수한 뒤 안전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아 변경허가를 득하면 울산시에 '미포국가산단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